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bkchoi@kio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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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류 역사 내내 끝없는 신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 빛이 스며들지 않는 심해의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깊은 바다 속에는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소리들이 존재한다.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향유고래의 낮고 깊은 울음소리, 거센 파도가 해저 협곡을 때리는 규칙적인 리듬, 멀리서 다가오는 태풍의 전조처럼 들려오는 빗방울의 가벼운 속삭임, 그리고 지구 판이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해저 지진의 낮은 진동. 이 모든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다. 그것은 바다가 우리에게 보내는 가장 솔직하고 생생한 메시지이며, 기후 변화의 경고음,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 재난의 전조, 심지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정보를 담고 있는 살아 숨 쉬는 기록이다.
인류는 달에 착륙하고, 지구 반대편과 실시간으로 고화질 영상을 주고받으며, 수십억 대의 기기를 연결하는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전자기파라는 매질의 놀라운 특성 덕분이었다. 공기나 진공 속에서 전파는 거의 감쇄 없이 직진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바다라는 매질로 들어서는 순간 이 전능한 도구는 갑자기 무력해 진다. 물 분자는 강한 극성을 띠고 있어 전자기파의 전기장이 작용하면 분자들이 격렬하게 회전·진동하며 에너지를 열로 변환하여 소멸시킨다. 가장 강력한 레이더나 라이다 신호조차 수중에서 수십 미터를 넘기기 어렵고, 빛은 수심 200m 정도에서 거의 완전히 사라진다. 심해 암흑층(약 1,000m 이하)에서는 시각적 탐사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리과학(Acoustic Science)이 등장한다. 물은 공기보다 약 800배 높은 밀도와 우수한 탄성을 지니고 있어 음파를 압도적으로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음속은 공기의 약 4.3배(약 1,500 m/s)에 달하며, 감쇄가 매우 적어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까지 전파될 수 있다. 자연계에서 향유고래가 1,000 km 이상 떨어진 동료와 저주파 소리로 소통하는 것이 바로 이 원리의 생생한 증거다. 인간은 이 자연의 원리를 빌려 바다를 ‘듣는’ 새로운 감각을 개발했고, 특히 2020년대 후반 들어 이 기술은 군사적 용도나 단순 수중 통신을 넘어 기후 변화의 실시간 진단 도구, 재난 조기 경보의 핵심 센서, 해양 생태계의 청진기, 심지어 글로벌 해양 관측 네트워크의 중추로 진화했다. 딥러닝, 광섬유 기술, AI의 융합으로 정밀도가 눈부시게 향상되면서 2026년 현재 소리과학은 단순한 관측 기술이 아니라 인류 생존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바다가 기후 위기의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을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이 칼럼에서는 바다의 소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듣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 미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1. 바다 속의 3차원 CT: 소리 토모그래피의 경이로운 원리와 최신 발전 동향
상상해보자.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여러 지점 사이를 저주파 음파가 여행하며, 그 여행 시간의 극미세한 차이를 통해 바다 전체의 온도 분포, 염분 변화, 해류 흐름을 3차원으로 그려낸다. 이것이 바로 소리 토모그래피(Ocean Acoustic Tomography)의 본질이다. 의료 CT가 X-선을 이용해 인체를 단층으로 보는 것처럼, 이 기술은 50~500Hz 대역의 저주파 펄스를 이용해 해양의 내부 구조를 비침습적으로 재구성한다.
핵심 원리는 수중 음속의 극도로 민감한 가변성에 있다. 음속 c는 대략 다음 식으로 표현된다: c ≈ 1449 + 4.591T − 0.05304T² + 0.0002374T³ + 1.340(S−35) + 0.0163z + ...
여기서 T는 온도(℃), S는 염분(psu), z는 수심(m)이다. 특히 온도가 1℃ 상승할 때 음속은 평균 4.5 m/s 증가한다. 이는 해양 온도 변화를 매우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여러 송수신기(transceiver)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음파의 도착 시간을 나노초 단위로 측정하면 해당 경로상의 평균 음속을 역산할 수 있다. 순방향(해류와 같은 방향)과 역방향(반대 방향)의 왕복 시간 차이 Δt ≈ 2v·L/c² (v: 해류 속도, L: 경로 길이)를 이용하면 해류 벡터를 직접 계산한다.

[그림 1] 바닷속 소리토모그래피 개념도
기존 CTD(Conductivity-Temperature-Depth) 부이 관측이 한 점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소리 토모그래피는 넓은 면과 체적을 동시에 스캔해 전 지구 해수 순환 모델(GCM)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2025~2026년 연구 동향을 보면 이 분야는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딥러닝 기반 잠재 특징 융합 프레임워크(Latent Feature Fusion Framework)가 등장하면서 소스 특성 임베딩을 통해 수온 반전(inversion)의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다(Zhou et al., 2025). 태풍 조건 하에서도 미러 토모그래피 네트워크가 3차원 섭동을 실시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 흥미로운 발전으로는 지진파(T wave)를 이용한 수동적(passive) 토모그래피가 있다. 인공 음원을 쏘지 않고 자연 지진을 음원으로 활용해 온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환경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Santa Barbara Channel에서 선박의 상대 도착 시간을 이용한 불확실성 정량화 연구도 2026년에 발표되었다.
NOAA Ocean Exploration의 2025 프로젝트에서는 AI를 활용한 자율 부표와 방향성 음향 프로파일링이 결합되어 심해 음향 환경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가능케 했다. 또한 hydroacoustic sensing과 high-resolution profiling의 융합이 강조되며, 비용 효과적인 다중 센서 어레이와 자동 처리 기술이 전통적 고가 시스템을 대체하는 추세다.
한국 해역에서 이 기술의 적용은 더욱 절실하다. 동해의 깊은 수심(평균 2,000m 이상)에서는 SOFAR 채널(음속 최소층)을 활용한 장거리 관측이 가능하고, 황해의 얕은 갯벌 지형(평균 40~50m)에서는 해저 고정형 부이로 연안 기상과 생태 소음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다. 남해의 태풍 통로 특성을 고려하면 실시간 3차원 열지도는 단순한 과학 데이터가 아니라 국가 재난 대응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기후 변화로 심해 열 함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 기술은 전 지구적 해양 온난화의 가장 정확한 장기 추적 도구로 기능할 전망이다.
2. 빗소리가 전하는 하늘의 눈물: 청각적 기상학의 혁신과 실증 사례
해상 강수량 측정은 기후 모델링과 태풍 예측의 핵심 변수이지만, 오랜 기간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위성은 구름 상부 정보만 제공하고, 부이형 우량계는 파도와 바람에 흔들려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바다는 비를 ‘듣는다’. 빗방울이 수면에 충돌할 때마다 작은 공기 방울이 생성·진동하며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빗방울 크기에 따라 뚜렷한 주파수 지문을 남긴다.
미세 빗방울(직경 ≤ 0.5mm)은 10~15kHz 고주파를, 중간 크기(0.8~2.2mm)는 2~10kHz 중주파를, 대형 빗방울(>2.2mm)은 1kHz 이하 강한 저주파를 방출한다. 수중청음기(hydrophone)가 1~50kHz 대역 스펙트럼을 포착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강수 강도, 누적량, 입자 크기 분포를 90% 이상 신뢰도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연구(2025)에서 동남 아라비아해 심해에서 1~10kHz 대역 소음 기반 강수 추정 알고리즘이 실증되었으며, 위성 데이터와 비교해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 열대 사이클론(tropical cyclone)에서의 빗소리 검출 연구도 활발하며, 미래 기후 변화로 강수 패턴이 극단화될 때 특히 중요하다. 2023년 연구에서는 열대 사이클론 내 강수 증가 가능성을 수중 소음으로 탐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한국 해역 적용 시 황해에서는 고정형 청음기로 갯벌 생태 소음(조개 움직임, 게 소리 등)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고, 동해에서는 부유형 부이를 50~100m 깊이에 배치해 중층 채널을 이용한 장거리 관측이 가능하다. 태풍 ‘하이선’이나 ‘힌남노’처럼 우리를 강타하는 경우, 위성·레이더가 놓치는 실시간 강수 데이터는 재난 대응의 골든타임을 앞당긴다. 빗소리 하나가 하늘의 눈물을 계량하고,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이 기술은 단순한 기상 관측을 넘어,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 강수 증가를 조기 포착하는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림 2] 수표면 빗방울 충돌시 만들어지는 수중기포의 소리파형
3. 해저의 거대 신경망: 스마트 케이블과 DAS의 최신 진화와 글로벌 적용
전 세계에 150만 km 이상 깔린 해저 광통신 케이블은 현대 문명의 혈관이자 중추신경계다. 이제 이 케이블들은 단순 데이터 전송을 넘어 ‘지구 감각 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SMART(Submarine Multi-purpose Acoustic Real-time Telecommunications) 케이블은 중계기마다 수온·수압·가속도·지진 센서를 내장해 실시간 해저 데이터를 전송한다. 여기에 분산형 음향 감지(Distributed Acoustic Sensing, DAS)가 더해지면 광섬유 자체가 수천 km 길이의 연속 마이크로 변한다. 외부 진동(지진파, 선박·잠수함 소음, 고래 울음, 파도·앵커 충격)이 섬유를 미세 변형시키면, 레이저 빛의 레일리 후방 산란(Rayleigh backscattering) 위상 변화를 분석해 위치·강도·성질을 정밀 파악한다.
2025~2026년 DAS 기술은 폭넓은 적용을 보이고 있다. 북해·남중국해·오리건 해안 등에서 선박 추적·지진 모니터링이 실증되었으며, AIS 데이터와 비교해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repeater를 넘어 100km 이상 연장 가능해진 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Puget Sound에서 오카 고래 모니터링을 위한 시험 배치(2025)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북중국해 29km 케이블 실험(2025)에서는 32일 연속 DAS 데이터로 해양 음향 환경을 모니터링했다. AI 결합으로 선박 신호 자동 식별·위치 추정이 가능해졌으며, 해저 지진 시 육상보다 10~60초 앞서 신호를 잡아 쓰나미 경보 시간을 연장한다. Nokia Bell Labs 연구에서는 4,400km 케이블을 44,000개 지진 관측소로 확장해 8.8 규모 지진과 쓰나미 파를 포착했다.
덴마크 파일럿 연구(2026)에서는 DAS를 이용한 저주파 수중 소음 모니터링 가능성을 검증했다. EU FOCUS 프로젝트(2025 종료)에서는 DAS와 BOTDR를 결합해 해저를 실시간 관측소로 전환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GOOS 2025 보고서에서 SMART 케이블이 신흥 관측 네트워크로 공식 포함되었으며, Tamtam(바누아투-뉴칼레도니아)과 Atlantic CAM 프로젝트가 2027 서비스 목표로 진척 중이다.
한국은 한·중·일을 잇는 주요 케이블 허브다. SMART·DAS 국산화와 국제 협력(UNESCO·WMO·ITU JTF 등)을 통해 글로벌 해양 신경망에 주도 참여한다면, 안보·재난·생태 보전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케이블 보호(앵커 드래그 탐지), 불법 어업 감시, 멸종위기 고래 이동 추적 등 다방면에서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그림 3] 한국의 해저광통신케이블 네크워크 연결

[그림 4] 해저광케이블 접속부를 개량한 스마트케이블 설계
4. 기후 위기 속 바다의 경고음과 우리의 책임, 그리고 장기적 미래 전망
바다에서 수면 아래 100m 깊이까지는 광합성이 잘 일어난다. 여기선 수면 밖에서 비치는 햇빛이 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깊은 곳에서는 빛이 거의 사라진다. 이 때문에 광합성도 어렵다. 심해에선 지상이나 얕은 바다와는 다른 생태계가 펼쳐진다는 뜻이다. 한국 황해와 남해의 경우 수심이 100m 이내이다. 반면 동해는 수심이 2000m를 넘는 곳도 많다. 이 때문에 동해의 심해 암흑층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인공적인 빛을 발생시키더라도 전달되는 거리는 최대 100m 이내로 한정된다. 하지만 이렇게 암흑인 바다 깊은 곳에서도 많은 해양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이런 생물들은 어떻게 주변을 인식하고 서로 소통할까.
열쇠는 소리에 있다. 물은 탄성이 매우 좋아서 소리를 멀리까지 잘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 많은 수중생물은 서로 소리를 내고 소통하면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고래류는 깊은 바다까지 내려가 아주 낮은 소리를 내는데, 이런 소리는 수백㎞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이처럼 바닷속에서 소리는 수중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에는 바닷속에서의 소리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수중 소리의 전달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바다의 수온을 높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중 소리의 전달 속도 또한 높인다고 분석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지방을 중심으로 해저지진의 활성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지상에 있는 빙붕이 녹으면 지각이 하늘 방향으로 솟아오르는데, 이런 움직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바닷속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 쓰나미의 넓은 피해 범위를 감안하면 한국에서도 기후변화와 지진의 관계에 대해 주목해야 할 때로 보인다.
이 밖에 해저지진이 발생하는 수중의 소리를 분석하면 바다의 수온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고도 한다. 이처럼 수중 소리는 지구의 기후변화 양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한국 주변 바닷속에서 발생하는 수중 소리를 10여년간 관측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수중 소리가 조석·조류 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즉 수중소리의 장기 변화를 보면 한국 주변 바다의 조석과 조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에 미치는 지구 기후에 대한 개념은 최근에는 ‘기후적응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양상을 인간의 과학적인 활동과 노력으로 완전히 바꾸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해법을 수중 소리에 대한 연구가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는 수온 상승 → 음속 증가 → 음파 굴절 경로 변화 → 통신·탐지 성능 저하를 초래한다. 빙하 용융으로 지각 균형(Glacial Isostatic Adjustment)이 무너지며 해저 지진·산사태 빈도가 증가하고, 이 모든 신호는 육상보다 수중 소리에 먼저·민감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세 가지 핵심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소리 토모그래피를 한반도 전 해역으로 확대해 실시간 3차원 열지도를 구축하고, AI 반전 알고리즘을 도입해 정밀도를 극대화한다.
둘째, SMART 케이블·DAS 기술의 국산화와 국제 협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에 주도 참여한다. GOOS 포함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로젝트를 선도한다.
셋째, 소리 부이·DAS에서 쏟아지는 음향 빅데이터를 AI로 처리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과학·정책·민간 활용을 촉진한다. 음원 식별·분류 시스템 고도화와 개방형 데이터 공유가 핵심이다.
바다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 경고음은 재앙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정밀한 청진기인 소리과학으로 그 목소리를 듣는다면, 우리는 바다와 대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수 있다. 해양 과학자들은 이제 데이터의 파도 속에서 소리의 진실을 읽어내는 파수꾼이자, 미래를 여는 통역사가 되어야 한다. 2026년 현재, 바다의 숨겨진 목소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 듣지 않으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귀 기울인다면, 우리는 아직 희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맺음말
과거 바다는 정복할 수 없는 침묵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소리과학은 그 침묵을 깨우고, 바다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청각을 열어주었다. 소리 토모그래피로 바다의 혈류와 열을 진단하고, 빗소리로 하늘의 눈물을 헤아리며, 해저 케이블로 지구의 맥박을 느끼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학이다.
바다는 인류에게 기후 위기의 가장 강력하고 날카로운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정밀한 청진기인 소리과학으로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해양 미래와 인류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해양 과학자들은 이제 데이터의 파도 속에서 소리의 진실을 읽어내는 파수꾼이자, 미래를 여는 통역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