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수(安起秀)
한국섬진흥원 정책연구실
ksahn@kidi.re.kr
1. 국토의 일부로서 섬(도서)의 위상과 정책적 의의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여 섬(도서: 이하 “섬”이라 한다) 지역을 국가 영토의 필수 구성요소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섬 지역이 단순한 육지의 변방이 아니라 육지와 함께 국가 주권이 미치는 공간임을 뜻하며, 그 위에 거주하는 섬 주민들 역시 다른 국민과 동등한 헌법적 권리를 지닌 국민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섬 지역의 지리적 고립성과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섬 지역 주민들은 교육·의료·교통 등 공공 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러한 상대적 격차는 경우에 따라 절대적 격차로 고착화 되어 기존의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 제도만으로는 이러한 불이익한 상황이 완화되거나 해소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가는 헌법상 국토 전체에 대한 관리 책임과 더불어 국민들 사이의 지역적 불평등을 완화할 책무가 있으며, 이에 따라 원격성(remoteness), 고립성(isolation) 등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섬 지역에 대하여 국가는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정책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높다.
국가의 이러한 지원과 배려는 단순한 복지가 아닌 영토 수호와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국토의 외곽에 위치한 섬 지역까지 국가의 각종 행정작용 및 공공서비스 그리고 사회기반 및 기초생활 시설 등이 원활히 공급되어야 하는 것은 마치 인체의 손끝, 발끝의 모세혈관까지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어야 신체 전체가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국가라는 유기체의 건강성 및 지속가능성 유지와 전체 국토와 국민의 결속력(cohesion) 강화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행정법 연구자의 시각에서 대한민국 섬 지역 관리정책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보고 지속가능성과 생태 보전이 중시되는 최근 정책의 동향, 섬 지역의 상호 연대를 통한 경제·관광 활성화 전략 그리고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의 목표와 기대 효과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국토 전체의 결속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행정안전부의 유인섬 정책과 해양수산부의 무인도서 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짚어보고 섬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도시) 및 국가 간 연대를 통한 섬 지역 발전 정책의 비전과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대한민국 섬 지역 관리 정책의 역사적 변화와 현황
대한민국의 섬 지역 정책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체계적인 법제 마련과 개발사업 계획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1986년 (구)「도서개발촉진법」이 제정·시행된 이후 정부는 약 30여 년간 10년 단위의 (구)도서종합개발계획(현재: 섬종합발전계획)을 수립·시행하여 낙후된 섬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 및 기반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1~4차에 걸친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방파제, 선착장, 도로, 부잔교, 액화석유가스(LPG) 시설 등 여러 사회기반시설이 섬 지역에 구축되었고 김·미역·전복 등 양식업은 물론 섬 지역 농산물 특화 사업이 시행되어 어가 및 농가 소득과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개발 중심의 정책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소멸되어 가는 섬 지역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활성화 하기에는 불가피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섬 지역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일부 작은 섬들은 무인화되고 남은 섬들도 인구 구조의 급격한 고령화로 섬 주민 공동체가 소멸되는 악순환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이탈로 전통 어업·농업 기반이 약화되고 지역 경제가 위축되면서 섬 주민들은 본토 대비 생활여건의 격차를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섬 지역 개발 정책의 또 다른 한계는 법체계의 경직성으로 인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섬들이 발생하거나 정책적 사각지대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구)「도서개발촉진법」은 물론 현행 「섬 발전 촉진법」 역시 방파제나 교량 등으로 육지와 연결된 지 10년이 지난 섬이나 상시 인구 10명 미만의 섬은 개발지원 대상(개발대상섬)에서 제외하도록 하여 육지와 교통 연결 이후 오히려 더 발전이 필요한 시점 또는 지역 공동체의 소멸을 방지할 필요성이 가장 높은 상황에 국가적 지원이 단절되게 되는 정책적 한계가 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었고 그 결과 국회에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2016. 10. 06. 의안번호: 2594 윤영일의원 대표발의 도서개발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되었다. 이 법안은 육지 연결 후 20년이 경과하지 않았거나 주민이 1명 이상 거주하는 섬은 계속 지원 대상에 포함되도록 변경하여 인구가 희박한 섬에 대한 지속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개발대상도서 지정 제도 자체가 실질적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에 대하여 집중적 지원을 한다는 제도적 취지를 존중하여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해당 법안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후 2018년 국무총리 주재로 범정부 섬 발전 대책 논의가 시작되었고 2020년에는 (구)「도서개발촉진법」을 전면 개정하여 섬 정책의 패러다임을 개발 위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전환하고 지원의 내용과 범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섬 정책 추진체계 정비의 필요성도 강조되어 같은 해 세계 최초의 섬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섬진흥원(Korea Islands Development Institute, KIDI) 설립이 결정되었고, 2021년 10월 08일 목포시에 문을 열었다. 한국섬진흥원은 그간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던 섬 지역 연구·지원·관리 기능을 통합하여 섬 지역 발전 정책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어 현재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섬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관련 연구와 사업을 수행 중에 있다.
3. 대한민국 섬 지역 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 강화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3,400여 개의 섬이 있으며, 이 중 약 473개가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섬(2023. 12. 31. 기준. 행정안전부/한국섬진흥원)이고 나머지는 무인도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섬 지역 정책은 정주 인구가 있는 유인섬은 행정안전부가 그리고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서는 해양수산부가 주로 관할하는 이원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섬의 용도와 특성에 따라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유인섬과 무인도서가 인접하여 하나의 생태 및 생활권을 이루는 자연적·사회적 현실에서는 양자를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법체계를 전제로 개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기능적으로 행정을 구분하여 관리할 필요성이 높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유인섬과 무인도서를 구분하는 기준은 주민등록인구의 유무로 하고 있으나 정주의 형태, 기간, 규모 등의 구체적인 법령 또는 규칙 등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하여 유인섬 및 무인도서를 공간적으로 구분하는 법체계 및 행정조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정책적 사각지대를 방지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행정은 기능적으로 구분되어 상호 소통과 보완이 이루어짐이 바람직할 것이나 섬 지역에 대해서는 공간적 대상(유인섬, 무인도서 등)에 따른 소관 행정조직 구분형태를 취하고 있어 해당 공간과 다른 공간 사이의 경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높은 정책적 모호성 역시 해소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다만 최근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는 상호 협력을 강화하여 유인섬과 무인도서를 아우르는 정책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부터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는 공동으로 영해기점 유인섬(대한민국 영해 기준선의 시작점이 되는 섬들)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해마다 “올해의 섬”을 지정하여 해당 섬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국민들에게 영토적 중요성을 알리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2023년 신안군 가거도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부안군 상왕등도 그리고 2025년에는 완도군 여서도가 올해의 섬으로 선정되는 등 2029년까지 7개의 영해기점 유인섬이 순차적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국토의 외곽에 위치한 섬 주민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상징적 예우이자 홍보 사업으로 섬에 대한 관심 제고와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를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2025년 1월에는 행정안전부 소관의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어 울릉도·흑산도와 같이 국토외곽에 위치한 43개 유인섬을 대상으로 안전한 정주환경 조성과 소득증대 및 생활기반시설의 정비·확충 등 지속가능한 섬 발전에 필요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최근 대한민국의 섬 지역 정책은 법·제도적 기반 강화와 관련 부처의 협력적 행정 그리고 전담 기관 설립을 통해 섬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영토 수호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4. 개발과 보전의 조화 그리고 지속가능성 중심의 섬 정책 동향
과거 개발 위주의 섬 정책에 대한 반성적 고찰과 기후변화 시대의 사회적 요구에 따라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성이 최근 섬 정책의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2008년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해양수산부(당시 국토해양부 소관)가 전국 무인도서의 자연생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보호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2007년부터 실시된 전국 무인도서 기초조사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섬들의 생태적 가치를 평가하고 유형별 관리방안을 수립하는 토대가 되었다.
아울러 해양수산부는 10년마다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제2차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2020-2029)에서는 무인도서를 “자연과 사람,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비전 아래 이용과 보전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종합계획은 무인도서의 자원조사 및 친환경적 활용, 안전한 탐방 인프라 구축, 지역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적 보전 등을 전략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과거 무인도서를 방치하거나 개발의 부속물로 여기던 인식에서 탈피하여 자연유산으로서의 무인도서를 적극 관리·활용하겠다는 정책적 전환이라 평가된다.
국제적으로도 섬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활발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섬을 보유한 해양강국들은 법제도 정비를 통해 섬 생태계 보호와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중국은 2009년 「해도보호법」을 제정(2010년 시행)하여 난개발로 훼손되던 해양 도서를 체계적으로 보전·복원하기 위한 종합적 법체계를 마련했다. 이 법은 도서 생태계의 보호와 “특수목적섬(영해기점섬, 국방목적섬, 해양자연보호구역지정섬”의 지정·관리 등을 규정하여, 섬 지역 환경 파괴가 국가의 해양권익까지 위협하게 된 상황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이후 중국은 무인도서 이용 허가제, 섬 지역 개발 행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강화 등 후속조치를 통하여 연안 섬 지역의 환경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1953년 「이도진흥법」을 제정하여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 지역 개발을 추진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개발과 안보를 겸한 접근으로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2016년 일본은 영해기선 유인섬 주민 공동체 유지와 생활기반 강화를 위하여 「유인국경이도법」을 시행하여 국경에 위치한 섬 지역 주민의 정주 지원, 교통비 보조, 항만 정비, 정부 기관 시설 설치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인구 감소로 섬이 무인화되어 일본의 영해·EEZ 범위가 축소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국경섬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영토 수호와 지역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는 섬 지역 영토 수호의 가치가 섬 정책에 반영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영국 스코틀랜드는 2018년 「섬법(Islands (Scotland) Act 2018)」을 제정하여 섬 지역에 대한 포괄적 지원과 지속가능 발전을 법제화 한 선진적 모델로 평가된다. 이 법은 스코틀랜드 정부로 하여금 전국 섬 계획(National Islands Plan)을 수립하도록 하고, 모든 공공기관이 정책을 수립·집행할 때 섬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Island Communities Impact Assessment)하도록 의무화 하였다. 이를 통해 섬 지역 인구 증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환경복지, 교통 개선, 디지털 격차 해소, 에너지 부족 완화 등 13가지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섬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중앙정부 정책결정에 섬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섬 지역이 국토의 주변부로 소외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유지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국외 법·정책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섬 지역의 원격성, 고립성으로 인한 취약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을 국가적으로 가치가 큰 공간으로 인식하고 지속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법·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도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섬 정책의 기본 이념에 환경과 지속 발전을 명문화하였으며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하여 국민 인식 제고와 섬 문화 보전에 나서고 있다.
5. 섬 지역의 경제 발전 및 관광 활성화 전략
섬 지역의 경제적 자생력 강화와 관광 활성화는 섬 정책에서 전통적이면서도 여전히 중요한 핵심요소이다. 과거에는 섬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수산양식, 어항 개발, 소규모 농업 등의 진흥에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관광산업과 문화자원 활용을 통한 섬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이 두드러진다. 섬은 해양경관과 생태, 독특한 생활문화 등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지니고 있어 이들을 조화롭게 활용하면 지역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섬 지역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교통 접근성 향상과 관광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연륙교(다리)와 연도교(방파제 연결로) 건설이 여러 섬 지역에서 신속히 추진되어 섬과 육지를 잇는 교통망이 크게 개선되었다. 그 결과 섬 방문객이 증가하고 지역 물류비가 절감되는 경제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아직 교량으로 연결되지 않은 섬에 대해서는 해상교통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여객선 및 도선 등의 공영제를 통해 섬 주민 여객선 및 도선 등의 운임 할인 및 생활필수품 물류비 보조를 시행하여 섬 생활비 부담을 낮추고 노후 여객선 대형화 및 안전설비 투자로 섬 접근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접근성 제고 정책은 섬 지역 주민의 정주여건 향상과 관광객 유치를 동시에 노려 섬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관광 측면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섬의 매력을 알리고 방문을 유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부터 매년 여행하기 좋은 섬들을 선정한 “찾아가고 싶은 섬” 캠페인을 실시하고, 선정된 섬에 대하여 홍보와 관광편의 개선을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전라남도는 “가고 싶은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섬별로 특색있는 테마를 발굴하고 마을환경 개선, 게스트하우스 조성 등을 통해 체류형 관광지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표적 소외섬이었던 신안군의 작은 섬들이 예술과 생태 관광지로 부상한 사례(퍼플섬으로 유명해진 반월·박지도 등)가 주목받고 있다.
섬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참여와 자원 관리도 중요하다. 최근 일부 섬 지역에서는 주민 공동체가 관광해설사, 체험마을 운영 등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소득을 창출하고 있으며, 관광객 증가에 따른 환경오염이나 생활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주민들과 함께 쓰레기 처리, 생태계 보호 조례를 마련하는 곳도 있다. 이는 섬 지역 관광 개발이 단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사업으로 정착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섬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은 관광 외에도 지역 특산자원 산업화와 신산업 육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섬마다 고유한 농·수산물, 해조류, 소금, 약초 등이 풍부하여 이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개발하거나 6차 산업화(생산-가공-체험(서비스) 결합)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안 천일염의 명품화, 완도 해조류 바이오산업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섬이라는 지리적 특징을 활용한 신산업으로 해양에너지 및 바이오산업, 해양심층수 산업, 해상풍력 발전 등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전역을 탄소중립 에너지 섬으로 전환하는 계획(Carbon Free Island 2030)을 실행 중이며, 울릉도도 ‘글로벌 그린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및 100만 관광섬을 목표로 종합 발전계획을 수립하였다. 경상북도, 울릉군과 민간기업이 협약을 맺은 울릉도 그린 아일랜드 사업은 청년이 돌아오는 섬(Ulleung, Island for Youth), 친환경 섬, 연간 관광객 100만 명 유치, 경제도시형 섬 등 네 가지 전략을 내세워 섬의 사회·경제·환경 전반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혁신 전략도 섬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앙행정기관의 정책 지원과 맞물려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섬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섬 지역의 거리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수단으로 원격근무, 원격의료, 전자상거래 등의 활용을 위해 필수적이다. 중앙행정기관은 지방자치단체와 힘을 합쳐 섬마을까지 광대역 인터넷망을 확충하고 ICT 마을방송, 원격진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는 섬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외부 인력의 섬 유입을 촉진하여 인구구조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6.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의 주요 목표와 기대 효과
전라남도 여수시에서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섬 박람회인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 박람회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EXPO) 이후 여수가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며 준비 중인 국제 행사로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 아래 섬의 가치와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26년 7월 17일부터 31일간 여수 돌산 진모지구를 주행사장으로, 금오도·개도 등 여수 인근 섬 전역을 무대로 펼쳐질 본 박람회에는 30여 개국이 참가하고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시와 전라남도가 공동 주최하며 총사업비 212억 원(연계사업 포함 최대 1,000억 원 규모)이 투입되는 이 박람회는 비록 등록엑스포와 같은 공인 박람회는 아니나 6,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과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등 지역경제와 관광에 막대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조감도(안)>

출처 : 여수시청(거북선여수)(http://news.yeosu.go.kr)
여수 세계섬박람회의 주요 목표는 섬의 무한한 미래가치 발견이며 이를 위한 세부 추진전략으로 섬의 자연·문화·미래상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다. 박람회 주제관은 “바다의 무한한 가치”, “바다와 인류를 잇는 섬”, “섬이 꿈꾸는 미래”라는 세 가지 스토리 라인을 따라 최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이머시브 미디어 터널 형태로 꾸며질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몰입형 미디어를 통해 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을 몸소 느끼고 체험하게 된다. 부제관들도 섬 생태관, 섬 문화관, 섬 미래관 등으로 구성되어 각각 섬의 환경, 생활문화, 혁신기술을 조망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박람회에서는 미래 교통수단 시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는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탑승 체험과 드론을 활용한 섬 물품배송 서비스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는 섬이라는 전통적인 공간에 첨단 미래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섬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여수 세계섬박람회가 여수시의 모든 섬을 “박람회장화” 한다는 개념으로 추진된다는 것이다. 즉 공식 행사장은 진모지구와 개도, 금오도 등으로 한정되지만, 박람회 기간에는 여수에 산재한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이자 관광지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섬들 간 연계교통(연안 크루즈 운항 등)과 섬마을 숙박·체험 연계 프로그램(섬 캠핑, 트래킹 코스, 섬 예술로드 등)이 마련될 예정이며 방문객들이 다양한 섬을 탐방하며 각 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분산형 박람회 모델은 특정 부지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전체에 경제효과를 확산시키며, 섬 주민들도 행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2026년은 마침 여수~고흥 간 섬들을 연결하는 총 11개의 연륙·연도교가 전면 개통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어 박람회 개최를 통해 섬 접근성 제고 인프라와 관광자원을 극대화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이번 섬 박람회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소외된 섬 지역의 기반시설을 확충하여 여수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박람회가 단순히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지역 발전의 전환점으로 활용될 전략임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여수시는 박람회 추진을 계기로 섬 지역 도로, 선착장,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섬 주민의 숙원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박람회 조직위원회와 지원단 출범을 통해 섬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섬 관광 콘텐츠 개발 등 장기적 섬 발전 유산(legacy)을 남기기 위한 노력도 경주되고 있다.
국가적 측면에서도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선 대한민국이 다도해 국가로서 세계 섬 정책 담론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박람회를 통해 세계 각국의 섬 관련 전문가, 정책 입안자들은 섬 지역 기후변화, 관광산업, 해양생태 보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국제 콘퍼런스와 교류의 장을 열고 서로의 섬 지역 정책 경험을 공유하며 혁신 사례를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장차 국제 섬 지역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후속 공동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박람회 개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유무형의 성과가 될 것이다. 또한 대중적으로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들을 홍보하여 섬 지역 관광 활성화를 촉진하고 지역 청년들에게는 고용창출과 지역정착을 유도하는 효과가 예상할 수 있다. 약 2개월에 걸친 이번 박람회는 약 6,000명의 일자리와 4천억 원대의 생산 유발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 박람회에서 선보일 각종 신기술과 아이디어(예: UAM 활용 물류, 친환경 부표·해양쓰레기 예술품 전시 등)는 향후 섬 지역 정책의 혁신적 방향을 모색하는 데도 의미있는 영감을 줄 것이다.
7. 정리: 섬의 가치 실현을 위한 법·정책적 과제
섬 지역은 대한민국 국토의 일부이자 바다를 통해 미래로 뻗어나가는 전진기지이다. 반도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섬 지역은 영토의 변방이자 동시에 영토의 시작점이기도 한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영토로서 섬 지역의 가치를 실현하고 섬 주민들이 국민으로서 동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섬 지역 정책은 과거 무관심 또는 개발 위주의 한계를 넘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연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섬 지역 생활여건이 개선된 성과도 있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경제 침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섬 지역 관련 법령 제·개정, 세계 최초 섬 전문 국책연구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섬진흥원 출범,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세계 최초 국가 차원에서 제정된 섬의 날(매년 8월 8일) 등은 섬 지역에 대한 법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이제 섬 지역 정책은 개발과 보전의 조화 그리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두 축으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노력을 통하여 미래를 향하여 도약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섬 지역의 환경과 정체성이 훼손되어서는 장기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환경적으로 건전한 개발과 이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섬 지역의 특성상 섬과 섬 그리고 섬과 바다 그리고 육지의 상호 연계를 통하여 섬, 바다와 미래를 잇는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섬 지역의 역할이 기대된다. 동시에 섬 지역 주민이 육지와 균등한 기본 서비스를 받고 차별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교통·복지·교육 투자에 국가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발과 보전의 조화 그리고 연대와협력이라는 새로운 섬 지역 정책의 방향성을 국내외에 천명하고, 섬의 무한한 잠재력을 선보이는 무대가 될 것이다. 본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는 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섬 지역에 대한 투자를 견인하여 섬 지역 정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세계 각국과 교류를 확대하여 섬 문제의 글로벌 해법을 모색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세계 섬 정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비전도 현실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섬 지역 정책은 변방을 배려하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필수 정책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체의 손끝, 발끝까지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우리 몸의 건강이 유지될 수 있는 것처럼 행정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변방의 섬 지역 구석구석까지 국가의 재정과 행정 서비스가 원활히 공급되어야 대한민국 전체 공동체가 온전해질 수 있다. 섬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섬이 지닌 풍부한 가능성이 꽃필 때, 비로소 섬 지역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섬 지역에 대한 법·제도적 뒷받침과 범사회적 연대를 통해 “섬과 사람, 바다와 미래를 잇는” 담대한 도전이 실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