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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배터리 시스템 개발 현황

게시일: 2023-06-16     출 처: 한중센터

백승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ICT∙모빌리티연구부
baeksj@kiost.ac.kr
                                                              
 
  누구나 어릴 적 한번쯤은 읽어 보았을 ‘해저2만리’는 아라낙스 교수와 네드가 네모 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내용의 소설이다. 100년도 더 된 그 옛날, 잠수함을 소재로 글을 쓴 작가 쥘 베른의 상상력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수단의 구체성이다. 잠수함의 동력원을 궁금해하는 아라낙스 교수에게 네모 선장은 바다물에서 전기를 얻어 사용한다고 답한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염화나트륨(NaCl)을 추출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자세한 설명이 무려 100여년전 출판된 공상 소설 속에 기록되어 있다.
 
  정말 바닷물 속의 나트륨 이온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까? 사실상 무한 자원인 해수, 그 안에 존재하는 (사실상 무한)자원인 나트륨 이온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충∙방전하는 배터리가 정말 가능할까? 그렇다면 더 싸고 안전하며 보다 효율적인 배터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궁금증으로부터 2차전지로써의 해수배터리 연구가 시작되었다.
 
  배터리에 양극(+)과 음극(-)이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손목시계의 코인셀부터 건전지, 휴대폰, 보조배터리, 노트북이나 차량, 혹은 대형 ESS(Energy Storage System)를 위한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예외는 없었다. 그런데 해수배터리는 양극을 해수로 대체한다. 개념상 음극만 있는 배터리인 것이다.
 
그림 1. 기존 배터리와 해수배터리 개념 비교
 
  해수배터리는 해수에 녹아있는 나트륨 이온과 물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충전∙방전하는 2차전지로써, 양극을 해수로 대체하는 친환경, 저비용의 안전한 배터리 시스템이다. 기존 배터리와 달리 양극부가 없기 때문에, 동일한 크기∙무게로 2배의 에너지를 제공하거나 혹은 절반의 크기∙무게로 동일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충격∙고온으로 인한 폭발위험이 없다. 해수에는 무한한 나트륨 이온이 존재하므로 반복적인 충∙방전으로 인한 성능저하가 유발되지 않으며, 리튬-이온 등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희귀 금속인 리튬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 독립성 확보 및 가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림 2. 해수배터리의 충전/방전 과정
 
  또한, 해수배터리는 다양한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해수의 NaCl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충전하기 때문에 충전이후 해수는 담수화 된다. 방전 중 생성되는 수산화 나트륨(NaOH)은 해수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CO2)와 반응하므로 CO2 포집이 가능하다. 또한, 충∙방전 중 발생되는 소량의 차아염소산(HOCl)을 통해 해수의 살균이 가능하다. 1석 N조 배터리라 할 수 있다.
 
  물과 상극이었던 기존 배터리와 달리, 해수배터리는 해수와 반응하여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구명조끼에 장착되는 신호 발생장치 등 소형 해양장비, AUV(Autonomous Unmanned Vehicle)나 수중글라이더 등 해양 무인이동체, 해양 풍력 단지의 ESS 등 해양 환경을 위한 안전한 배터리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해수배터리의 부가 기능을 활용한 해수 담수화시설이나 해양 CCS(Carbon Capture System) 등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하다.
 
그림 3. 해수배터리 활용 가능성
 
  이에 따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해수배터리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  2017년도에는 해수배터리 셀 100개를 적층한 300Wh 급의 해수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부착생물 저감 및 셀 집적도를 고려한 케이스, 해수배터리 셀의 제어 특성을 고려한 전용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셀 표면의 머드(mud)제거를 위한 장치, 부착생물 제어를 위한 전기 충격장치 등을 개발하여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그림 4. 300Wh급 해수배터리 시스템(2017)
 
  2018년도에는 셀 자체의 용량과 출력을 개선함과 동시에, 현장 활용성 증대를 위해 모듈형으로 설계된 1KWh급 해수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수내 원활한 연결을 위한 수중커넥터와 BMS 등 전장부 일체형 수밀케이스, 부착생물 제어를 위한 초음파 장치 등이 추가로 개발되었으며, 전기 선박 등의 통제된 환경을 위한 실험이 수행되었다.
 
그림 5. 1KWh급 해수배터리 시스템(2018)
 
  2019년도에는 꾸준한 성능 개선을 통해 5KWh급 해수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그간의 현장 실증을 통해 도출된 개선사항을 보완하였으며, 부착생물 제어를 위한 UV-C 장치를 개발하였고, 장시간 야외 테스트와 저온 구동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공인 시험성적서 발급도 이루어졌다.
 
그림 6. 5KWh급 해수배터리 시스템(2019)
 
  사용 중 상시 해수에 노출되는 해수배터리의 특성상 효율적 부착생물 제어 기법 도출 및 장시간 실해역 실험을 통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거제시 장목면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에서 3개년에 걸쳐, 부착생물 가입이 활발한 시기(4월~11월)에 앞서 제안된 전기충격, 초음파, UV-C 기반 해수배터리 시스템의 부착생물 제어 성능을 검증하였다. 이를 통해 제안된 기법이 효율적으로 해수배터리 시스템의 부착생물을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 7. 부착생물 제어 기술 검증(좌: 미적용, 우: 적용)
 
  장시간 실해역 운용에 적합한 해수배터리 시스템 개발이 괄목할 만한 진척을 이루었으므로 다음 단계는 해수배터리를 실제 해양 장비에 적용하여 track-record를 확보하는 것이다. 2020년도에는 해수배터리를 적용해 보고자 하는 여러 업체와 협력하여 해수배터리를 적용한 친환경 레져용 보트, 소형선박용 보조전력 공급장치, 해양 환경 모니터링용 다목적 부이, 항로표지용 등부표, 200L 급 해수 살균중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또한, 2021년도에는 해수배터리를 적용한 5L급 에너지저장 및 살균·중화시스템, 해양 조난자 안전 관리 시스템, 물놀이 토이 밴드, 관측 및 탐지용 무인수상정을 개발한바 있다.
 
그림 8. 해수배터리 적용 해양 장비(좌: 2020년, 우: 2021년)
 
  해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이차전지인 해수배터리는 국내 연구진에 세계최초로 개발되고 있는 첨단 기술이다. 기존 이차전지의 한계점 (열 안정성, 가격 경쟁력)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원천기술로써, 해양환경에 적용되는 리튬이온 또는 납축전지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해양기기 분야 신산업 창출이 기대되며, 저렴한 소재와 대용량 셀의 양산기술 확보 시 장기적으로 에너지저장 산업 및 대용량 ESS 산업의 확대와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바다를 소재로 시작된 배터리가, 바다를 위해 사용되고, 이를 통해 바다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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