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가? - 2020년도 전지구적 이상현상들을 겪으면서-

게시일: 2020-11-13     출 처: 한중센터

이재학
한국해양과학기술원
jhlee@kiost.ac.kr
 
  자연 현상은 주어진 법칙만 따를 뿐 인간에게 어떠한 배려도 없이 나타난다. 이를 확인하는 데는 최근 한 달 이내의 뉴스만으로 충분하다. 한반도 주변은 기록적인 긴 장마와 연이어 지나간 태풍들로 올 여름을 채웠다. 미국 서부의 산불은 아마겟돈을 연상케 하는 빨간 하늘의 사진 한 장으로 심각함이 충분히 묘사된다. 시베리아 북동부에서는 유래 없는 고온 현상에 이어 산불이 확장 중이다. 타 들어 간 면적이 한반도 남한의 30배에 달한다. 북극해 해빙 감소 최저 기록과 남극대륙 빙하 붕괴 소식은 SNS상 여기저기 넘쳐난다. 대서양에는 열대성 저기압과 허리케인이 다섯 개 이상 동시에 발달하였고, 지중해에서는 이례적으로 ‘Medicane’로 불리는 열대성 폭풍이 그리스로 향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대부분 극한 현상들로 표현되는 이 현상들은 지구의 남〮북반구와 해양〮대륙의 구분 없이 기세를 떨치고 있다. 크고 작은 자연재해의 원인 제공자에 대해 지구의 지배자인 인간은 철저히 관찰자일 뿐이다. 지금 동일한 시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대기와 해양 현상들을 지배하는 법칙과 연결고리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상 현상들은 최근 매우 주목을 받는 사안이다. 우리가 적응에 대비할 시간이 짧아 대형 재해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비교적 긴 시간을 가지고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에 대해서는 영향의 체감 정도가 낮아 심각성이 깊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해양을 대상으로 하면 해수면 상승, 해양의 산성화 및 저산소화 현상 등이 그것이다. 해수면 상승의 예만 들기로 하자. 해수면 상승은 수온 상승에 따른 열팽창과 빙하와 빙상 융해에 따른 해수 증가 등에 의하여 진행되지만 해류와 순환 등 해양 내부의 원인에 의하여 변화의 양상은 큰 해역적 편차를 보인다. 기상청의 ‘한국 기후변화평가보고서 2020’에서는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은 전지구 평균보다 높은 변화율로 상승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여 금세기 말에 1 m 이상 해수면이 상승할 것으로 보면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9년 발간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현재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극한 현상이 2050년 이후에는 1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제시하였다. 연안에 밀집된 도시지역, 항만 및 산업기반시설에 영향이 있을 것 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해안 침식과 침수영역 변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안 주거지와 산업 시설의 이동, 방파제 등 시설 보강 등 천문학적 경비가 소용되는 일이다. 아주 정교한 적응 정책이 절대적인 대목이다. 해수면 상승은 해양변화 영향의 큰 축의 하나이지만 불행하게도 관련 연구자와 정책결정자 그리고 환경단체 등에서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상식 용어의 수준일 뿐 적응의 용어는 먼 훗날의 일로 관심의 영역에 벗어나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눈높이 알림과 교육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의 대응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일이 최선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목적은 적응에 있고 이를 위한 개별적 목표와 실행 수단은 경제적 부담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된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는 금세기 말까지 전 지구의 표면 온도 증가를 2 ℃, 가능하면 1.5 ℃ 이하로 제한하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 목표는 온실기체 배출량을 대폭 낮추지 않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10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2030년까지의 초기 목표 달성은 위태롭기만 하다.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각국이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타격에 경제 활동의 변화를 용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COVID-19 대유행에 따른 인간 활동 감소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 %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1.5 ℃를 맞추기 위한 년간 감축 목표량 7.6 %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가늠할 수 있다. COVID-19 사태 하에서 지금까지 노력들은 인내의 한계가 어디일지 모를 일이긴 하더라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접할 생활은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낮아질 것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경제적 영향을 논하는 것은 정부 등 정책결정자들의 일이라면 이는 개개인에게 주어진 마음 가짐이다.
 
  지구는 이미 ‘New normal’로 표현되는 신기후체제에 접어들었고 기후변화 대응에 시간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후세에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기후변화의 대응에 관심이 낮아도 문제이지만 낙관주의와 이것도 운명이라는 착각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우리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에 이미 들어서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Copyright © CKJORC. All Rrights Reserved.
주소: 중국 청도시 선하령로 6호    Tel: +86-532-8896-4987    Fax: +86-532-8896-4779    E-mail: newsletter@ckjorc.org